성악 전공 대학원생, 알바 대신 오페라 무대를 택했을 때 생긴 일

대학원 시절, 누구나 한 번쯤 생활비 문제로 고민합니다.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.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가장 쉬운 선택지는 음식점 같은 곳에서 알바를 뛰는 것이었습니다. 성악을 전공하는 유학생이라면 대부분 겪는 흔한 고민이라고 생각해요.

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. 어차피 시간을 쓸 거라면,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일보다는 조금이라도 제 노래 공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. 그래서 지원한 곳이 오페라 극장의 엑스트라코어(Extrachor)였습니다.

엑스트라코어란 무엇인가

엑스트라코어는 오페라 극장의 상시 합창단(오퍼른코어)과는 별개로, 공연마다 필요에 따라 추가로 꾸려지는 합창 파트입니다. 재미있는 건, 이 자리는 성악 전공자보다 취미로 노래하는 비전공자들이 지원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점이에요. 그러다 보니 전공생인 제가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, 학교 교수님은 반대하셨습니다. “네 커리어에 도움이 안 될 텐데 왜 굳이”라는 뉘앙스였죠.

그때 제가 교수님을 설득한 논리는 단순했습니다.

“어차피 돈을 벌어야 한다면, 음식점에서 서빙하는 것보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저한테는 낫지 않을까요?”

지금 돌아봐도 이 선택은 옳았습니다. 단순히 생활비를 버는 걸 넘어서, 이 경험이 훗날 제 첫 정식 커리어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발판이 됐거든요.

지휘자와 단둘이 본 오디션, 오히려 좋았던 이유

엑스트라코어도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고 오디션을 거칩니다. 다만 방식이 조금 특이했어요. 기존 단원들이 참관하지 않고, 합창 디렉토어(합창 지휘자)와 저, 단둘이서만 보는 오디션이었습니다.

처음엔 부담스러울 거라 생각했는데, 막상 해보니 오히려 편했습니다. 다른 단원들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 없이, 지휘자 한 사람에게만 온전히 집중해서 제 소리를 들려줄 수 있었거든요. 덕분에 지휘자는 제 목소리의 색깔과 스타일을 훨씬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. 그리고 그 인상이 꽤 좋게 남았던 모양이에요.

그 인연이 만들어낸 첫 커리어

제가 학교를 졸업할 무렵, 그 지휘자님이 먼저 저에게 연락을 주셨습니다. 아우크스부르크 국립극장의 오퍼른코어(정식 합창단) 2년 계약직 자리가 있으니 한번 지원해보는 게 어떻겠냐고요.

물론 이 오디션은 저만 보는 자리가 아니었고, 경쟁도 있었습니다.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았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고요. 하지만 이번엔 단원들 전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노래를 불렀고, 결과적으로 합격했습니다. 그렇게 이 자리가 제 첫 정식 커리어의 시작이 됐습니다. 지금은 플라우엔-츠비카우 극장에서 오퍼른코어로 활동하고 있는데, 돌이켜보면 그 시작점은 “알바 대신 엑스트라코어에 지원했던” 대학원 시절의 그 결정이었습니다.

성악 전공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

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후배나 유학생이 있다면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.

엑스트라코어를 얕보지 마세요. 비전공자 위주로 채워지는 자리라고 해서 커리어에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닙니다. 오히려 정식 단원들과 지휘자에게 얼굴과 소리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.

생활비를 버는 방법이 꼭 전공과 무관할 필요는 없습니다. 무대 경험도 쌓고 돈도 벌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찾아보세요.

작은 오디션 하나가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. 저 역시 엑스트라코어 오디션을 볼 때는 이게 정식 커리어의 시작이 될 줄 몰랐어요.


이 글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. 독일 오페라 극장 오디션이나 유학 생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편하게 남겨주세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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